DAT, 전통 금융과 크립토를 잇다
본문
2025년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Spot ETF)의 등장은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금융 안으로 편입되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지만, 실제로 기관투자자와 기업, 고액 자산가가 선택하는 투자 수단의 최전선에서는 보다 역동적인 구조를 가진 디지털 자산 재무(Digital Asset Treasuries, 이하 DAT)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DAT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 디지털 자산을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직접 편입하고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상장 기업 혹은 기업형 구조를 의미한다. 투자자는 이들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만으로 디지털 자산의 가격 변동성과 성장 가능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지갑 관리, 프라이빗 키 보관, 해킹 위험 등 복잡한 절차 없이도 디지털 자산 시장에 노출될 수 있다.
현물 ETF가 규제 당국의 엄격한 감독 아래 기초 자산을 수동적으로 보유하는 ‘보관용 그릇’이라면, DAT는 경영 전략, 자본 조달, 온체인 활동을 결합해 디지털 자산을 적극적으로 축적·운용하는 ‘능동적 재무 기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DAT는 단순한 새로운 상품이 아닌, 디지털 자산 시대의 기업 재무 구조를 재설계하는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 Strategy 사례가 연 DAT의 시대
DAT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적 사례는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미국 상장사 Strategy다. 이 회사는 2020년 이후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이자 새로운 준비자산”으로 규정하고, 보유 현금뿐 아니라 전환사채 발행, 장내 주식 매각(ATM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자본 조달 수단을 총동원해 비트코인 매입에 나섰다.
그 결과 2025년 중반 기준 Strategy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63만 2,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 최대 공급량 2,100만 개의 약 3% 수준이다.
이 전략은 전통적인 기업 재무 관점에서 보면 매우 공격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의 희소성과 장기 성장성을 신뢰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기업이라는 그릇을 활용해 미래의 디지털 가치저장 수단을 선점하는 행동”으로 읽히며, 오히려 강력한 성장 스토리로 작용했다.
Strategy의 주식은 비트코인 보유량과 시장 기대를 반영하며 순자산가치(NAV)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을 형성했고, 기업은 이 프리미엄을 다시 자본 조달에 활용해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디지털 자산을 재무제표에 구조적으로 편입하고, 그 위에 성장 전략을 설계하는 기업형 투자 수단”이라는 DAT 개념을 실질적으로 체험하게 되었고, Strategy는 DAT 모델의 사실상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다수의 상장사와 비상장 기업들이 이 모델을 변형·모방하며, 비트코인 중심 DAT에서 이더리움·솔라나 등 주요 네트워크 자산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비트코인을 넘어 ETH·SOL까지… 멀티 자산 DAT로 진화
초기의 DAT는 대부분 비트코인을 중심 자산으로 삼았지만, 2025년 현재 시장은 점차 멀티 자산 DAT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컨트랙트, 탈중앙화금융(DeFi), NFT 등 Web3 인프라의 핵심 레이어로 자리 잡으며, 단순한 가격 변동성뿐 아니라 네트워크 사용량, 수수료 수익, 스테이킹 보상 등 다양한 펀더멘털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부 DAT는 비트코인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더리움·솔라나 등 검증된 대형 네트워크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균형 잡힌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지분증명(Proof-of-Stake) 기반 자산의 경우, 네트워크 검증과 스테이킹 참여를 통해 연간 일정 수준의 온체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이를 재투자한다면 단순한 가격 상승 외에 “복리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DAT와 잘 맞는 구조다.
물론 자산이 다양해질수록 각 네트워크의 기술적·규제적 리스크를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 숙제도 커지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를 산업별·기술별로 분산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멀티 자산 DAT는 “비트코인 테마주”를 넘어, “디지털 자산 인프라 위에 서 있는 성장주”라는 새로운 성격을 띠게 된다.
▶ DAT가 ETF보다 매력적인 세 가지 이유
DAT와 현물 ETF는 모두 디지털 자산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투자자에게 DAT가 보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운용의 유연성이다. 현물 ETF는 규정된 운용 지침에 따라 기초 자산을 추종해야 하며, 포트폴리오 변경이나 레버리지 활용이 엄격히 제한된다. 반면 DAT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비트코인 매입 속도를 조절하고, 이더리움·솔라나 비중을 조정하며, 필요시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시장이 급변할 때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장 기회 포착과 하락장 방어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둘째는 수익원 다각화와 스테이킹 이익이다. 대부분의 ETF는 법적·규제적 이유로 스테이킹, 디파이 예치, 온체인 대출처럼 추가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데 제한이 있다. 반면 DAT는 적절한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는 조건 아래, 이더리움·솔라나 등 지분증명 자산에 대한 스테이킹, 특정 네트워크의 밸리데이터 운영, 인프라 제공 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온체인 수익은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귀속되어 다시 자사주 매입, 추가 디지털 자산 매입, 신사업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순자산가치와 주당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는 자산 축적과 성장 스토리, 그리고 시장 프리미엄의 활용이다. DAT의 주가는 단순히 현재 보유 디지털 자산의 평가액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경영진이 추가로 축적할 자산, 스테이킹·네트워크 수익에서 발생할 이익,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할 잠재 가치까지 함께 반영한다.
이 때문에 DAT 주식은 종종 순자산가치(NAV) 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거래되는데, 기업이 이 프리미엄 구간에서 자본을 조달해 디지털 자산을 추가 매입할 경우, “시장 기대 → 자산 확대 → 성장 스토리 강화 → 다시 시장 기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자산을 ‘그대로 들고 있는’ ETF와 달리, 성장주에 가까운 투자 매력을 부여하는 요소다.
▶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을 잇는 가교로서의 DAT
DAT의 등장은 디지털 자산을 향한 시장의 태도가 “단기 가격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기”에서 “장기 재무 구조 속에 편입하는 전략적 자산 운용”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 금융의 시각에서 보면 DAT는 하나의 새로운 성장주·테마주에 불과해 보일 수 있지만,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DAT는 온체인 경제와 오프체인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중간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 DAT는 디지털 자산을 ETF처럼 규제된 틀 안에서 간접 보유하면서도, 동시에 기업의 성장 스토리, 온체인 수익, 자본 조달 전략 등 보다 입체적인 요소에 함께 노출될 수 있는 수단이다.
포트폴리오 안에서 일부 비중을 DAT에 할당하는 것은, 전통 주식과 디지털 자산 사이에 위치한 “하이브리드 자산군”을 하나 더 확보하는 것과 같다. 특히 디지털 자산을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되, 직접 보유와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에게 DAT는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DAT의 미래는 시장의 성숙과 함께 결정될 것이다. 디지털 자산 인프라가 안정되고, 규제 명확성이 높아지며, DAT 기업들이 투명한 거버넌스와 책임 있는 재무 관리를 보여줄수록, DAT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자산군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맹목적인 추종이 아니라, 각 DAT의 구조와 전략, 공시와 실적을 꼼꼼히 살펴보는 냉정한 안목이다.
디지털 자산 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DAT는 분명 더 높은 위험을 내포하지만, 그만큼 더 큰 기회와 성장 잠재력을 품고 있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이 교차하는 이 시점에서, DAT는 두 세계를 잇는 중요한 다리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다리를 얼마나 견고하게 설계하고, 얼마나 책임 있게 건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C) 기독교마라나타신문 2025-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