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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야의 등대, 교회의 사명을 묻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0-14 08:30

본문

유럽 대륙에서 심상치 않은 전운(戰雲)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영국의 한 기독교 지도자는 다가올 ‘전쟁’을 대비하라 경고하고, 사회는 이주민과 정체성의 문제로 깊은 균열을 보이며,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의 신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는 비단 바다 건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불안과 혼돈을 비추는 거울이며, 한국 교회 역시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폭풍의 징조 앞에서 세상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는 각자도생의 이기심을 부추기고, 나와 다른 이들을 향한 적대감의 벽을 높이 쌓게 만든다. 나와 내 집단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타자를 밀어내고, 낯선 것을 경계하며, 혐오를 정당화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오늘날 유럽 사회를 흔드는 양극화의 갈등은 바로 이 두려움이라는 뿌리에서 자라난 가시 돋친 열매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히틀러의 광기가 유럽을 삼키려던 1930년대 암흑기의 한 신학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독일 고백교회의 순교자, 디트리히 본회퍼다. 당시 독일 교회 대다수는 ‘독일적 기독교’라는 미명 아래 히틀러 정권에 순응하며 시대의 악에 침묵하거나 동조했다. 그러나 본회퍼와 고백교회는 값싼 은혜를 거부하고, 십자가를 지는 제자도로서의 값비싼 은혜를 외치며 불의한 권력에 맞섰다. 1939년, 그는 안전한 미국 망명길에 올랐으나 동족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고뇌 끝에 독일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친구인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이 시기 독일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고난을 나누지 않는다면, 전쟁 후 독일에서 기독교적 삶을 재건하는 일에 참여할 권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의 귀국은 죽음을 향한 여정이었으나, 동시에 시대를 향한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증언한 예언자적 행동이었다.

본회퍼의 선택은 오늘날 안일과 두려움에 잠식된 우리를 향한 준엄한 질문이다. 교회는 세상의 두려움을 답습하는 거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등대가 될 것인가. 세상이 분열과 혐오의 논리에 굴복할 때, 교회는 사랑과 화해의 복음을 선포해야 할 책임을 부여받았다. 사도 바울은 로마의 핍박 아래 신음하던 성도들을 향해 이렇게 선포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기록된 바 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며 도살 당할 양 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 함과 같으니라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로마서 8:35-39)

이 말씀은 어떤 환난과 위험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끊을 수 없다는 담대한 신앙 고백이다. 이 확신이야말로 교회가 세속적인 두려움을 이기고 시대의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의 원천이다. 지금은 한국 교회가 잠에서 깨어날 때다. 사회적 양극화와 이념 갈등, 다음 세대의 신앙적 표류라는 우리 안의 폭풍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방법을 모방하는 대신, 십자가의 사랑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이웃의 신음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교회가 먼저 두려움의 속박에서 벗어나 사랑의 공동체로 굳건히 설 때, 비로소 우리는 이 혼돈의 시대 속에서 길 잃은 영혼들을 비추는 구원의 등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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