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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기질하는 소년의 손에 들려진 성경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0-12 08:30

본문

세계 교회의 시계는 여러 시간대를 동시에 가리키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생명과 가정을 수호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가 10주년을 준비하며 공적 신앙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 젊은이가 공항에서 낯선 이에게 “저를 제자로 삼아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한다. 이처럼 교회는 거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동시에, 한 영혼의 깊은 갈망과 마주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이 모든 활력과 갈망의 이면에는 어둡고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 세계 5억이 넘는 그리스도인이 신앙의 뿌리이자 생명의 양식인 성경에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가장 근원적인 위기를 드러낸다. 말씀의 샘이 막힌 황무지에서 어떻게 참된 제자가 자라나며, 무엇으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위로를 전해야 할 교회가, 정작 그 위로의 원천인 말씀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은 통렬한 자기 성찰을 요구한다.

16세기, 종교개혁의 여명이 밝아오던 시절 윌리엄 틴데일(William Tyndale)은 “하나님께서 내 생명을 보전해 주신다면, 머지않아 쟁기질하는 소년이 당신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게 만들겠다”고 한 성직자에게 외쳤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위해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웠고, 결국 이단으로 정죄받아 화형대의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순교는 성경 한 구절을 읽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이며, 목숨을 걸고 지켜내야 할 절대적 가치인지를 피로써 증언한다. 오늘날 우리 손에 너무나 흔하게 들린 성경은 바로 그 순교의 피 위에 피어난 거룩한 꽃이다.

5억 명의 영적 기근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세상 속에서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은 자명하다. 그것은 더 화려한 행사나 더 세련된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틴데일의 심장으로 돌아가, 우리에게 허락된 말씀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공항의 그 청년처럼 진리를 갈망하는 다음 세대의 손을 굳게 붙잡아주는 것이다. ‘제자 훈련’을 차세대를 위한 수많은 ‘전략’ 중 하나로 격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회의 존재 이유 그 자체이며, 모든 사역의 시작과 끝이다.

세상의 모든 이론과 계획은 시간 속에서 빛이 바래고 스러져 가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외쳤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 (이사야 40:8).

마드리드의 함성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한 영혼을 말씀 앞에 세우는 제자도의 회복이다. 손쉽게 펼칠 수 있는 성경의 무게를 다시금 깨닫고, 그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며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수할 때, 비로소 한국 교회는 고통의 시대를 건너는 방주가 되고 생명의 가치를 외치는 예언자적 공동체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진정한 미래는 쟁기질하는 소년의 손에 들려진 성경, 그리고 그 말씀을 함께 읽으며 삶을 나누는 스승과 제자의 거룩한 관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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