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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이 된 이념, 교회가 분별할 때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9-30 08:30

본문

오늘날 한국 교회는 수많은 이념의 홍수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치가 신앙의 자리를 넘보고, 세속적 가치가 거룩의 기준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미국성서공회가 성경 보급의 '변화 선도자'들을 기념하고, 스페인 복음주의 교회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오랜 차별의 시정을 요구하는 등, 교회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몸부림 속에서 우리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교회가 추구하는 '좋음'이 과연 하나님 나라의 '선(善)'과 일치하는가, 아니면 또 다른 우상을 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3년간 그를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명을 오해했다. 그들은 로마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정치적 메시아를 기대했다. 부활하신 주님 앞에서도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들의 눈에는 민족의 해방과 정치적 독립이라는 '좋음'이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가리는 거대한 우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 역시 특정 정치 이념이나 사회적 성공을 하나님 나라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그의 역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속 '대심문관'의 이야기를 통해 이 문제를 통렬하게 파헤친다. 16세기 스페인 세비야에 재림한 예수는 이단으로 체포되어 늙은 대심문관 앞에 선다. 대심문관은 예수를 향해, 당신이 인류에게 주려 했던 '자유'는 너무나 무겁고 고통스러운 짐이었기에, 교회는 당신의 사역을 '수정'했다고 말한다. 교회는 백성들에게서 자유를 거두는 대신 '빵'과 '안정'을 주었고, 그들을 행복한 가축 떼로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이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급진적인 복음을 버리고, 백성들을 통제하기 쉬운 세속적 권력과 '좋음'을 선택한 것에 대한 무서운 고발이다. 대심문관의 교회는 더 이상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좋음'이라는 이름의 우상을 섬기는 거대한 시스템일 뿐이었다.

교회의 본질은 세상의 시스템을 모방하거나 그 안에서 인정을 구하는 데 있지 않다. 교회의 사명은 세상이 흉내 낼 수 없는 거룩, 즉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증명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당시 사회에서 무시당하던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시고,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던 여인을 인격적으로 만나주셨던 것처럼, 교회는 세상의 논리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역사를 바꾼 진정한 '변화 선도자'들은 정치 권력과 손잡은 이들이 아니라, 세상의 기준에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성결의 길을 걸었던 이들이었다.

한국 교회는 이제 세상의 '좋음'이라는 우상에게서 눈을 돌려,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의 싸움은 정권이나 이념의 싸움이 아니라, 이 세대를 본받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려는 영적 싸움이어야 한다. 그때에만 교회는 비로소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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