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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시대, 증인의 사명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9-05 08:30

본문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 한 개인의 삶과 죽음은 얼마나 쉽게 잊히는가. 스페인 내전의 포화 속에서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개신교 여성 안젤라 이글레시아스의 이야기는, 그의 손자가 펜을 들지 않았다면 망각의 강물에 영원히 휩쓸려갔을 것이다. “기억을 잃는 사람은 정체성을 잃는다”는 그의 외침은 비단 한 가족의 비극에만 머무르지 않고, 진리를 잃고 표류하는 이 시대를 향한 준엄한 경고로 다가온다. 우리는 지금 기억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의 지면을 채운 소식들은 각기 다른 장소와 다른 목소리로 이 시대의 교회가 감당해야 할 ‘증인의 사명’이 무엇인지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콜로라도의 한 전시회는 예술의 언어로 대마초가 주는 환각 너머의 고통스러운 진실을 고발하며 문화적 증인의 역할을 감당했다. 그라운드의 영웅 가브리엘 제주스는 스포트라이트 앞에서 자신의 모든 성취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음을 담대히 고백하며 삶으로 살아내는 증인의 모습을 보였다. 또한, 조국이 전화에 휩싸인 절망의 한가운데서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은 국가 조찬 기도회를 통해 영적 리더십과 하나님의 주권에 소망을 두는 국가적 증인의 자세를 견지했다. 이 모든 행위는 세상의 가치와 흐름에 맞서 하나님의 진리를 기억하고 선포하는 거룩한 몸부림이다.

이러한 증인의 사명은 역사 속에서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의 피로 새겨졌다. 16세기 영국의 종교개혁가 윌리엄 틴들은 ‘쟁기질하는 소년’도 교황보다 더 많은 성경을 알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 그는 당대의 교권이 독점하고 라틴어의 장막 뒤에 가두어 두었던 하나님의 말씀을 평범한 영국인들의 손에 들려주기 위해 맹렬한 핍박을 감수하며 성경 번역에 일생을 바쳤다. 결국 그는 이단으로 정죄되어 화형대 위에서 “주여, 영국 왕의 눈을 열어주소서!”라는 마지막 기도를 남기고 순교했다. 그의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번역은 킹 제임스 성경의 기초가 되었고, 그의 희생은 수많은 영혼을 진리의 빛으로 인도하는 영원한 증언이 되었다. 스페인 성서공회가 190년간 묵묵히 걸어온 성경 보급의 길 또한 틴들의 희생과 같은 맥락에 있다.

중요한 것은 증언의 방식이다. 오늘날 교회는 세상의 소음에 맞서 더 큰 목소리를 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한 기고문이 역설하듯, 때로는 ‘말을 줄이는 사역’이 더욱 강력한 증언이 될 수 있다. 현란한 미사여구나 불필요한 지식의 나열이 아닌, 사랑과 청지기적 책임감으로 정제된 언어야말로 듣는 이의 영혼에 가닿는 힘을 지닌다. 우리의 증언이 세상의 수많은 주장 중 하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음의 핵심을 더욱 선명하고 진실하게 드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 교회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증언하고 있는가. 세속적 성공과 이념적 갈등, 신학적 혼란 속에서 교회가 증언해야 할 유일한 진리는 퇴색되고 있지는 않은가.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시대를 분별하고 진리를 파수하며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담대히 선포하는 증인의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어야 한다. 여호와께서 친히 그의 백성을 부르신 그 음성을 기억해야 할 때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는 나의 증인, 나의 종으로 택함을 입었나니 이는 너희가 나를 알고 믿으며 내가 그인 줄 깨닫게 하려 함이라 나의 전에 지음을 받은 신이 없었느니라 나의 후에도 없으리라 나 곧 나는 여호와라 나 외에 구원자가 없느니라 내가 알려 주었으며 구원하였으며 보였고 너희 중에 다른 신이 없었나니 그러므로 너희는 나의 증인이요 나는 하나님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사야 4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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