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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속의 검, 잠자는 말씀의 능력을 깨우라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8-23 08:30

본문

22대 국회의 문이 열리자마자 차별금지법이라는 묵직한 파도가 한국 교회 문턱을 넘실거리고 있다. 교회는 거룩한 방파제를 자처하며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세상의 법과 제도는 교회의 가르침을 시대착오적인 혐오로 규정하려는 듯 날을 세운다. 멀리 독일에서는 이슬람 사원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표지판이 기독교 교회의 예배 안내판과 나란히 서는, 공존의 시대이자 영적 혼돈의 시대를 상징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교회는 마치 사방이 포위된 성채처럼, 밖로서는 거센 도전과 안으로는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무기력함이다. 오늘날 수많은 강단에서 말씀의 중요성은 타는 목마름으로 외쳐지지만, 정작 성도들의 삶 속에서 성경은 ‘해치워야 할’ 숙제이거나 ‘저강도 신앙’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있지는 않은가. 영적 의무감에 쫓겨 몇 장을 급히 훑어 내리며 위안을 삼고, 세상의 급한 일들로 허둥지둥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은, 날카로운 검을 칼집에 고이 모셔둔 채 맨주먹으로 싸움터에 나서는 어리석은 병사와 같다. 복음의 능력이 개인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고, 교회의 문화를 변혁하지 못하는 현실이야말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위기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말씀의 능력이 어떻게 세상을 뒤흔들었는지를 생생히 증언한다. 16세기 초, 윌리엄 틴데일(William Tyndale)이라는 한 사제는 당대 최고의 지성을 갖춘 성직자와 논쟁하며 이렇게 외쳤다. “만일 하나님께서 내 생명을 허락하신다면, 나는 쟁기질하는 소년이 당신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게 하겠다.” 그의 시대에 성경은 라틴어라는 권위의 장막 뒤에 갇혀 소수 성직자의 전유물이었다. 틴데일은 하나님의 말씀이 평범한 사람들의 심장에 직접 가 닿을 때 비로소 진정한 영적 혁명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그는 목숨을 건 추방과 핍박 속에서도 헬라어와 히브리어 원문에서 영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데 필생을 바쳤고, 결국 이단으로 몰려 화형대 위에서 순교했다. 그러나 그가 피와 눈물로 번역한 말씀의 씨앗은 영국 땅에 뿌려져 종교개혁의 거대한 불길을 일으켰고, 서구 문명의 물줄기를 바꾸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참화 속에서 445년 전 출간된 ‘오스트로흐 성경’을 기념하며 민족의 영적 각성을 추구하고, 웨일스의 한 작은 지역이 자신들의 방언으로 번역된 복음서를 통해 언어와 신앙의 생명력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은 틴데일의 유산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적 통치’의 진정한 의미이다. 세속 권력을 장악하여 사회를 지배하려는 오만한 시도가 아니라, 모든 계층과 모든 언어 속에 스며든 말씀의 능력이 개인의 영혼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개인들이 모여 세상을 거룩하게 물들이는 영적 혁명 말이다.

한국 교회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세상을 향해 삿대질하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먼저 우리 손에 들린 성경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성경은 단순한 교리서나 윤리 교과서가 아니다. 히브리서 기자의 선포처럼, 그것은 살아있는 능력 그 자체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 (히브리서 4:12)

이제 잠자는 말씀을 깨워야 한다. 칼집에서 검을 뽑아 들어야 한다.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은 정치적 세력화나 사회적 투쟁 이전에, 매일의 삶 속에서 말씀의 날 선 검 앞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는 영적 씨름으로의 회귀에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있는 말씀으로 변화될 때, 교회는 비로소 세상을 이기는 거룩한 능력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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