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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잃은 시대, 교회의 자리를 묻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8-19 08:30

본문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모방하고, 가상 공간이 현실의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기이한 역설을 마주한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듯 보이지만, 개인은 유례없는 고립감과 방향 상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징후는 교회의 문턱을 넘어, 미래의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깊은 균열을 만들고 있다. 젊은 세대가 리더십의 자리를 스트레스와 소진의 상징으로 여기며 기피한다는 소식은, 단순히 세대 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가 앓고 있는 영적 탈진의 명백한 증상이다.

오늘의 소식들은 이 시대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한편에서는 스웨덴의 청년들이 텐트를 치고 공동체를 이루며 자연 속에서 신앙의 야성을 회복하고, 웨일스의 한 목회자는 사라져가는 지역 방언으로 복음의 생명을 불어넣는다. 발밑의 흙 한 줌에 전 인류보다 많은 생명체가 깃들어 있다는 경이로운 진실은, 우리 존재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차세대 지도자들이 과도한 책임감에 짓눌려 '워라밸'이라는 소극적 방어선 뒤로 물러서고 있으며, 교회는 그 대안을 인간의 지혜가 아닌, 아직 그 영적 함의를 다 헤아리지 못한 인공지능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뿌리가 뽑힌 채 부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로마 제국이 무너져 내리던 혼돈의 시절, 베네딕토 성인은 세상의 붕괴를 막기 위해 거대한 조직이나 정치적 운동을 구상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단순하고도 위대한 원칙 아래 수도 공동체를 세웠다. 수도사들은 황무지에 터를 잡고, 그들의 손으로 직접 땅을 갈고 씨앗을 심었다. 그들은 기도의 호흡과 노동의 땀방울을 땅에 섞어 문명의 토양을 다시금 비옥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손은 흙으로 더러워졌고, 그들의 등은 노동으로 휘었지만, 그들의 영혼은 하늘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잃어버린 시대의 영적 뿌리를 바로 그 땅, 흙 속에서 다시 찾아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흩어진 유럽을 영적으로 재건한 힘의 원천이었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나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베네딕토의 수도사들처럼, 다시금 우리의 손을 흙에 묻는 용기이다. 스웨덴의 스카우트 대원들처럼 모니터 앞을 떠나 자연 속에서 공동체의 기쁨을 회복해야 한다. 웨일스의 이름 없는 번역가처럼, 거대 담론이 아닌 우리 이웃의 언어로 복음을 살아내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리더십이란 감당 못 할 짐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기신 작은 정원을 사랑으로 돌보는 청지기의 소명임을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리더십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발밑의 흙을 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불안이 만연한 시대, 교회는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여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근원적인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과 소명의 해답은 가상현실의 무한한 공간이 아닌, 우리 발밑의 유한한 땅에 있다. 성경은 인간의 시작을 이렇게 증언한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창세기 2:7)

우리는 흙으로 지음 받은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가 다시금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릴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생기로 충만한 살아있는 영,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지도자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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