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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신음 속에 교회의 호흡을 묻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8-11 08:30

본문

우리는 하루 약 2만 번 숨을 쉬면서도, 그 숨을 가능케 하는 공기의 존재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그것이 없다면 단 몇 분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절대적 필수 요소. 오늘날 세상은 바로 이 생명의 공기가 희박해진 고산지대처럼 깊은 신음과 함께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는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아기의 울음소리보다 반려동물의 수가 더 많아진 지 오래다. 이는 단순한 사회 현상을 넘어, 공동체의 근간인 가정이 무너지고 극심한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의 공허한 자화상이다. 스페인 세우타 국경에는 절박한 이주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베네수엘라의 지진 폐허 속에서는 생존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이어진다. 세상은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생존의 위기, 관계의 단절, 의미의 상실이라는 산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질식 상태 속에서 교회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교회는 세상 속으로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하나님의 ‘영적 허파’가 되어야 한다. 세우타의 복음주의 교회들이 교파를 초월하여 이주민들에게 쉼터와 양식을 제공하는 모습은, 바로 교회가 어떻게 세상의 고통 속으로 숨을 불어넣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이는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한 영혼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거룩한 호흡의 연장선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서슬 퍼런 위협 아래 프랑스의 작은 산골 마을 ‘르 샹봉쉬르리뇽(Le Chambon-sur-Lignon)’의 주민들은 5천여 명의 유대인 피난민을 숨겨주었다. 개신교 신앙을 가졌던 그들은 “우리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었다. 그저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호흡하고, 그 숨결대로 이웃을 사랑했을 뿐이다.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유럽 대륙에서, 이 작은 마을은 생명을 살리는 거대한 ‘산소 탱크’ 역할을 감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밖으로 생명의 숨을 내쉬기 위해서는, 먼저 안으로 거룩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작은 불평과 원망, 내면의 쓴 뿌리는 교회의 영적 폐활량을 떨어뜨리고 호흡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독소다. 금메달을 놓치고도 “세상의 끝이 아니다”라며 의연했던 수영선수처럼, 사소한 일에 기쁨을 빼앗기지 않는 영적 강건함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가 먼저 감사의 심호흡, 용서의 들숨을 통해 정결해지지 않는다면, 세상에 공급할 신선한 공기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한국 교회는 지금 무엇을 호흡하고 있는가. 세상의 성공주의와 물질주의라는 미세먼지를 들이마시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 교회는 세상의 오염된 공기를 차단하고, 창문을 열어 하늘의 신령한 숨을 깊이 들이마셔야 한다. 그리고 그 생명의 기운을 절망에 잠식된 이웃에게, 무너진 가정에, 신음하는 열방에 힘껏 내뿜어야 한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흙으로 빚은 사람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있는 영이 되게 하신 것처럼 말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창세기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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