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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잃은 소금의 시대, 교회의 길을 묻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8-08 08:30

본문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세상의 풍경은 혼돈 그 자체다. 한편에서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한미동맹의 새 주역이 부임 첫날 교회를 찾아 기도하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름 모를 땅에서 난민을 섬기던 선교사가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는 비극이 펼쳐진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지평이 교회의 문을 두드리며 효율과 가능성을 약속하는 동시에, 영국의 법정은 어린 아이들의 성(性)을 되돌릴 수 없는 실험의 제단 위에 올리는 것을 허가한다. 정치인의 양심은 득실에 따라 깃털처럼 가벼이 변하고, 유럽의 가정은 아이의 웃음소리 대신 반려동물의 온기로 채워지고 있다. 이 파편적인 소식들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절대 기준이 사라진 시대, 교회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

오늘날 세상의 가장 큰 비극은 진리의 기준점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한때는 양심의 가책을 불러일으켰을 노골적인 입장 선회는 이제 ‘정치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 생물학적 현실을 압도하며, 다음 세대의 정체성은 돌이킬 수 없는 의학적 실험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보편적(Catholic) 가치를 수호해야 할 교회마저 ‘로마’라는 지정학적, 제도적 이익 앞에 신앙의 원칙을 저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 모든 현상의 기저에는 더 이상 신적 권위나 불변의 진리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상황의 유불리와 개인의 욕망만을 유일한 척도로 삼는 시대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16세기 잉글랜드의 대법관이었던 토머스 모어(Thomas More)의 삶은 이러한 시대에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국왕 헨리 8세의 이혼과 영국 교회의 독립을 지지하라는 거센 압력에 직면했다. 그의 동료들은 모두 현실과 타협하며 국왕의 편에 섰고, 그에게도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회유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모어는 자신의 양심과 신앙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는 “나는 왕의 충실한 신하이지만, 그 이전에 하나님의 신하이다(I am the king's good servant, but God's first)”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단두대에 올랐다. 모어에게 타협은 단순히 정치적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파는 행위였다. 그는 세상의 권력이라는 제단 위에 자신의 양심을 제물로 바치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수많은 타협의 유혹 앞에 서 있다. 세속적 성공주의와 손잡고 복음의 본질을 희석시키라는 유혹,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성경적 진리를 재해석하라는 압박, 더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 십자가의 걸림돌을 제거하라는 속삭임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토머스 모어의 순교가 증언하듯, 진정한 교회의 힘은 세상과의 타협이 아닌, 세상과의 거룩한 불화(不和)에서 나온다. 인공지능 기술을 지혜롭게 사용하되 그 기술의 주인이 되려 해서는 안 되며, 정치 영역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되 권력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사라져가는 세상 속에서 생명의 존귀함을 외치고, 진리가 조롱받는 시대 속에서 묵묵히 진리의 파수꾼으로 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이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마태복음 5:13). 맛을 잃은 소금은 더 이상 소금이 아니다. 세상과 구별되지 않는 교회는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다. 혼돈의 파도가 거셀수록, 교회는 더욱 굳건히 진리의 닻을 내려야 한다. 타협의 제단이 아닌 십자가의 제단 앞에 우리의 양심과 신앙을 세울 때, 비로소 한국 교회는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소금으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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