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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상 속,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향하여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8-03 08:30

본문

스페인령 세우타 해안으로 밀려드는 5만 명의 이민자 물결은 지중해의 푸른빛을 절망의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시의 모습은 비단 한 지역의 비극을 넘어, 안정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우리 시대의 위태로운 자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거대한 인파의 물리적 충돌이라는 외적 혼돈과 동시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공중 보건 문제’로 선포한 고독이라는 내적 질병이 현대인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다. 밖으로는 혼돈의 파도가, 안으로는 고립의 사막이 광활하게 펼쳐진 시대다.

인류는 이 총체적 위기 앞에서 어디에서 구원을 찾는가. 미디어는 복잡다단한 정치·사회적 현실을 트럼프, 메시와 같은 특정 개인의 서사로 단순화하며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이상적 군주에 대한 갈망, 즉 ‘군주주의’적 성향의 왜곡된 발현이다. 그러나 FIFA의 심판이 신의 지혜를 구하면서도 오심의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인간 지도자는 결코 완전한 해답이 될 수 없다. 불완전한 인간에게서 완전한 구원을 기대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절망을 잉태하는 우상숭배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시대적 불안은 역사 속에서 낯선 것이 아니다. 서기 410년, ‘영원의 도시’라 불리며 천 년의 영광을 자랑하던 로마가 서고트족의 손에 함락되었을 때, 당대인들은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생각하며 깊은 절망에 빠졌다. 로마의 신들이 노하여 도시를 버렸다는 비난이 기독교인들을 향했다. 바로 그때, 북아프리카 히포의 감독이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펜을 들어 불후의 명작 『신국론』(De civitate Dei)을 저술했다. 그는 무너져 내리는 ‘인간의 도성’(civitas terrena)과 결코 쇠하지 않는 영원한 ‘하나님의 도성’(civitas Dei)을 명확히 구분하며, 로마의 멸망은 세상 나라의 유한함을 증명할 뿐 하나님의 주권과 그 백성의 소망은 결코 꺾일 수 없음을 선포했다. 그는 절망의 잿더미 위에서 신음하던 성도들의 시선을 영원한 본향으로 돌려놓았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 요청되는 사명 역시 아우구스티누스의 통찰과 다르지 않다. 세상이 속도와 생산성, 화려한 스타 리더십에 열광할 때, 교회는 오히려 관계의 깊이를 인내로 길어내는 ‘느린 사역’을 통해 고독한 영혼들을 품는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 세우타의 교회들이 절망의 파도 앞에서 ‘희망의 등대’가 되기를 기도하는 것처럼, 우리의 사명은 세상의 방식을 모방하여 또 다른 인간 영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는 거룩한 공동체로 서는 것이다. 그럴 때 교회는 비로소 이 시대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세상의 나라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인간의 심판은 늘 불완전하며, 영웅이라 칭송받던 이들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영원하다. 이 혼돈의 시대에 교회가 붙들어야 할 약속은 바로 이것이다. 히브리서 기자의 권면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았은즉 은혜를 받자 이로 말미암아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섬길지니 우리 하나님은 소멸하는 불이심이라” (히브리서 12:28-29). 이 반석 같은 약속 위에 굳건히 서서,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는 파수꾼의 사명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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