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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의 유산 위에 세우는 시대의 방파제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7-28 08:30

본문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650킬로미터의 길을 걸어 90개의 방파제를 세운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멈춘 자리에, 한국 교회를 향한 깊은 질문이 메아리친다. 순교자들이 피로써 지켜낸 복음의 유산을 오늘 우리는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가. ‘거룩한방파제 국토순례’는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를 넘어, 거친 세속의 파도 앞에 선 오늘날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웅변한 신앙고백이었다. 그들의 땀과 기도는 이 땅의 교회가 잠에서 깨어나 시대의 방파제를 쌓으라는 준엄한 요청이다.

그 파도는 이미 우리 문전에 와 있다. ‘성평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젠더 이데올로기의 공세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위시한 악법들의 시도는 한국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바다 건너 핀란드에서는 성경의 가르침을 전했다는 이유로 신실한 기독 정치인이 법정에 서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질식당하는 시대의 징후이며, 곧 우리에게 닥쳐올 현실의 예고편이다. 이러한 거대한 파고 앞에서, 교회는 개인의 구원에만 머무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진리를 수호하는 영적 방파제로서의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역사는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를 증언한다. 18세기 영국, 노예무역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젊은 국회의원 윌리엄 윌버포스는 이 거대한 악의 제국에 홀로 맞섰다. 그는 “하나님께서 내 앞에 두 가지 위대한 목표를 두셨다. 노예무역의 폐지와 관습의 개혁이다”라는 소명을 붙들고 평생을 바쳤다. 수십 년간의 조롱과 비난, 수많은 정치적 실패 속에서도 그는 기도의 무릎을 꿇고, 펜과 목소리로 끈질기게 싸웠다. 마침내 그의 눈물과 헌신은 대영제국의 심장을 움직였고, 인류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씻어내는 위대한 승리를 이뤄냈다. 윌버포스의 삶은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그리고 교회가 어떻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엄한 예화다.

그러나 밖으로 거대한 방파제를 쌓기 위해선, 먼저 우리 내부의 기초를 견고히 다져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다가갈 길을 잃어버린 교회, 변화를 두려워하여 가장 연약한 이들의 신음 소리를 외면하는 교회는 스스로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다. 하나님은 어제의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오늘의 하나님이시며, “새 일을 행하시는” 분이다. 우리는 순교 신앙의 본질은 굳게 지키되, 그 신앙을 담아내는 방식은 끊임없이 새롭게 해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혁신적인 사역을 모색하고, 교회 안의 모든 지체가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일이야말로 방파제의 가장 중요한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다.

결국 교회가 세상에 제시해야 할 궁극적인 대안은 이념이나 정책 투쟁을 넘어선다. 세상이 영웅과 악당의 서사를 만들어내며 갈증을 느끼는 것은, 참된 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명은 이 세상의 유일한 구원자이자 참된 군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등대가 되는 것이다.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한국 교회여, 이제 다시 일어나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울 때다. 우리 앞에 놓인 경주를 인내로써 감당해야 한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히브리서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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