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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빛, 교회의 공적 사명을 재확인하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7-23 08:30

본문

지구 반대편에서 전해진 소식들은 때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기독교 공동체의 사랑이 꽃을 피우는 반면, 이란에서는 유서 깊은 교회가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영국에서는 교회가 새로운 정부를 향해 ‘헌신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친구’가 되기를 자처하고, 유럽 대륙 곳곳에서는 신앙의 공적 표현과 영향력을 두고 치열한 영적, 법적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흩어진 파편 같은 소식들은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 앞에 세운다. 오늘날 교회는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로 서야 하는가.

교회의 공적 사명은 가장 먼저 섬김의 현장에서 그 진정성을 획득한다. 모잠비크의 ‘세켈레카’(일어나라) 센터는 교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웅변한다. 그곳에서는 장애라는 사회적 낙인보다 한 아이의 고유한 존재가 먼저 존중받는다. 세상이 그어놓은 분리의 선을 지우고 모두가 함께 ‘일어나는’ 공동체를 세우는 것, 이것이 바로 교회가 세상에 보여주어야 할 하나님 나라의 원형이다. 교회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은 정치적 구호나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처럼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희생적인 사랑의 실천에 뿌리내릴 때이다.

그러나 교회가 사랑을 실천하며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세상은 언제나 박수만으로 화답하지는 않는다. 이란의 교회 탄압과 스위스의 종교 상징 착용 금지 조항은 세상이 교회의 존재와 목소리를 어떻게 억압하고 제한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러한 도전 앞에서 교회는 침묵하거나 세상의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손쉬운 길을 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진리의 편에 서서 불의에 저항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나치 독일 시절,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히틀러 정권에 동조하며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린 독일 교회를 향해 ‘값싼 은혜’를 질타하며 ‘값비싼 은혜’, 즉 순종과 제자도를 요구했다. 그는 교회가 국가의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신앙의 배반이며, 고난받는 이웃의 편에 서서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임을 온몸으로 증언했다. 본회퍼는 “미친 운전사가 군중을 향해 차를 몰 때, 목사의 임무는 그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것뿐만 아니라, 달려가 운전대를 빼앗는 것”이라고 외쳤다. 그의 삶은 교회가 세상의 권력 앞에서 마냥 순응하는 추종자가 아니라, 사랑에 기초한 ‘헌신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친구’로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함을 보여주는 장엄한 예화다.

이러한 교회의 공적 사명은 성경이 우리에게 부여한 본질적인 명령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향해 분명히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태복음 5:13-16)

맛을 잃은 소금, 등경 아래 감추어진 등불은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교회는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신앙의 게토(ghetto)가 아니라, 세상의 부패를 막는 소금이요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부름받았다. 모잠비크의 사랑, 이란의 인내, 영국의 대화 요구, 유럽의 외침은 모두 이 하나의 부르심을 향한 각기 다른 형태의 응답이다. 한국 교회 역시 우리 사회의 아픔을 보듬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으며,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선포하는 공적 책임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신 주님의 뜻을 이루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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