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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성벽 앞에서: 밖을 향한 외침보다 안을 향한 통회가 먼저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7-14 08:30

본문

오늘 우리에게 당도한 소식들은 한국 교회가 처한 위기의 양면성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한편에서는 세속적 가치관의 거센 파도에 맞서 신앙의 순결을 지키려는 ‘거룩한 방파제’의 처절한 기도가 울려 퍼지고, 지구 반대편 나이지리아에서는 복음을 전하던 형제들이 피랍되는 순교적 현실이 전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신앙의 옷을 입은 지도자의 추악한 성범죄와 교회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침묵의 카르텔’이 드러나며 우리 내부의 성벽이 기초부터 썩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고발한다.

우리는 밖을 향해 깃발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 위협에 맞서 싸우려 한다. 그러나 정작 복음의 빛을 가리는 가장 짙은 어둠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다. 기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연약한 자의 신음을 묵살하고, ‘신사 협정’이라는 이름으로 불의와 야합하는 문화가 교회 공동체를 좀먹고 있다. 한때 탐욕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마크 휘태커가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 회복된 이야기는 개인적 회개의 능력을 보여주지만, 공동체 전체가 죄의 현실을 직시하고 통회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제프리 도널드슨과 같은 비극은 결코 막을 수 없다. 우리의 외침이 세상을 향한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먼저 우리 자신을 향한 정직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대 유다 왕국이 바벨론의 침공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섰을 때, 예레미야 선지자의 외침은 국방력 강화를 향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예루살렘 성전과 왕궁을 향해, 하나님의 공의를 저버리고 사회적 약자를 압제하며 우상숭배에 빠진 지도자들의 죄악을 통렬히 지적했다. 그는 외부의 적이 실은 내부의 죄악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도구임을 선포하며, 성벽을 보수하기에 앞서 먼저 마음을 찢는 회개가 있어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예레미야의 시대정신은 오늘날 한국 교회에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우리가 성평등가족부나 생활동반자법의 문제점을 아무리 날카롭게 지적한다 한들, 교회 안에서 고통받는 성범죄 피해자의 눈물을 외면한다면 우리의 주장은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기도는 ‘저들의 계획을 막아주소서’가 아니라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가 먼저 되어야 한다. 올림픽 영웅 마크 스피츠와 같이 두려움을 넘어 도전하는 담대함은, 죄로 인한 내면의 속박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샘솟는 것이다. 유럽복음주의연맹이 낯선 땅의 난민들을 향해 긍휼의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우리의 시선 역시 가장 먼저 우리 공동체 안의 상처 입고 소외된 지체들을 향해야 마땅하다.

지금은 밖을 향해 돌을 던질 때가 아니라, 안을 향해 가슴을 칠 때다. 무너진 신뢰의 제단을 다시 쌓고, 찢겨진 지체들의 상처를 싸매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향한 교회의 가장 강력한 저항이자 예언자적 사명이다. 오는 9월 27일, ‘우리 자녀가 위험하다’고 외치기 위해 모이는 기도의 함성 속에, 먼저 ‘우리 자신이 위험하다’는 통회의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옷이 아닌 마음을 찢고 주께로 돌아갈 때, 비로소 회복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여호와의 말씀에 너희는 이제라도 금식하고 울며 애통하고 마음을 다하여 내게로 돌아오라 하셨나니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올지어다 그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나니” (요엘 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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