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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상 속, 흔들리지 않는 왕국을 받은 자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7-11 08:30

본문

시대의 조류는 기묘한 역설을 품고 흐른다. 한편에서는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막대한 자본과 학문적 역량을 투입하여 ‘역사적 예수’의 생애를 세밀하게 재구성하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의 심장부에서 살아있는 예수를 고백하는 선수들의 순전한 신앙 표현이 조롱과 의심의 대상이 된다. 세상은 박물관 유리 상자 안에 안전하게 전시된, 과거의 성인(聖人) 예수는 연구하고 소비하려 하지만, 지금도 살아 역사하며 삶의 주권을 요구하는 주(主) 그리스도는 거부한다. 이 기이한 풍경은 오늘 우리가 딛고 선 영적 지형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세상은 그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북아일랜드에서 개신교 정체성을 대변하던 정치인의 추악한 성범죄는 신앙의 이름으로 세워진 바벨탑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통렬하게 증언한다. 하나님의 공의는 인간의 명망이나 직위 앞에서 결코 눈감지 않음을 우리는 목도한다. 유럽연합의 차가운 국경 앞에서 스러져가는 난민들의 절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대계명이 얼마나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지 고발하며,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잿더미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피조세계의 탄식과 인간의 유한함을 동시에 절감하게 한다. 나아가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가상의 소통은 홍수를 이루지만, 정작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진실한 관계는 메말라가는 영적 기근이 우리를 덮치고 있다.

이 모든 흔들림의 파노라마 앞에서 우리는 역사의 한 장면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서기 410년, ‘영원한 도시’로 불리던 로마가 서고트족에 의해 함락되었을 때, 지중해 세계는 충격과 절망에 휩싸였다. 세상의 질서가 종말을 고하는 듯한 혼돈 속에서,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는 펜을 들어 불후의 명작 『신국론』(De civitate Dei)을 저술하기 시작했다. 그는 무너져 내리는 ‘인간의 도성’(civitas terrena)과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도성’(civitas Dei)을 날카롭게 대비시켰다. 인간의 교만과 자기 사랑으로 세워진 지상의 나라는 결국 쇠락하고 심판 아래 놓이지만,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그를 향한 사랑으로 세워진 하늘의 나라는 영원히 견고하다는 변증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통찰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한 무게로 다가온다. 우리가 목격하는 세상의 모든 비극과 부조리, 영광과 쇠락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인간 도성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교회는, 성도는 어떠한 자세로 서야 하는가. 성경은 우리에게 그 답을 분명히 제시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았은즉 은혜를 받자 이로 말미암아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섬길지니 우리 하나님은 소멸하는 불이심이라” (히브리서 12:28-29)

우리의 정체성은 세상의 평가나 시대의 흐름에 좌우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상속받은 자들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사명은 세상의 방식대로 더 높은 탑을 쌓거나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세상의 흔들림 속에서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는 소망이 어디에 있는지를 삶으로 증언하는 것이다. 썩어질 세상의 권력 내부에서 죄악이 드러날 때, 우리는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해야 한다. 쫓겨난 이들이 국경 앞에서 신음할 때, 그들의 이웃이 되어주어야 한다.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하며, 파편화된 개인들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진정한 대면 공동체, 곧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워나가야 한다. 세상이 죽은 예수를 탐구할 때,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능력을 살아내야 한다.

우리 하나님은 소멸하는 불이시다. 모든 거짓과 불의, 인간의 교만은 그분 앞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은 또한 우리를 정결하게 하여 영원한 나라의 백성으로 빚어 가시는 은혜의 불이기도 하다. 소멸될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소망하며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걸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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