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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문턱에서, 교회의 본질을 묻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7-05 08:30

본문

오늘 우리가 마주한 세상의 풍경은 혼돈과 모순으로 가득하다. 한편에서는 인간 생명의 상품화를 막기 위해 대리모 금지라는 거대한 윤리적 장벽을 세우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신앙의 양심에 따른 목회적 상담마저 ‘전환 치료’라는 이름으로 옭아매려는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 지진으로 신음하는 이웃을 향한 교회의 따뜻한 손길이 있는가 하면, 정작 교회 안의 목회자들은 소진 상태에 이르도록 ‘쉼’을 금기시하고, 수많은 영혼은 교회의 ‘문턱’에서 서성이고 있다. 전 세계가 축구공 하나에 잠시나마 열광하며 분열을 잊는 동안, 우리는 이 시대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과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의 무게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교회는 무엇이며,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역사의 격동기마다 교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 위에 섰다. 1934년 나치 독일의 어둠이 짙게 깔렸을 때, 히틀러의 국가주의 신학과 야합한 ‘독일 기독교인들(German Christians)’에 맞서 ‘고백교회(Confessing Church)’는 바르멘 신학 선언(Barmen Declaration)을 발표했다. 신학자 칼 바르트가 초안을 작성한 이 선언은 교회가 국가나 민족, 혹은 시대정신이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의 말씀에만 귀 기울여야 함을 피력한 신앙의 절규였다. 그들은 선언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죽으나 사나 들어야 하며, 신뢰하고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다.” 이 고백은 단순히 정치적 저항을 넘어, 세상의 거짓된 신들 앞에서 교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선포한 본질의 회복 운동이었다.

바르멘의 외침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의 한국 교회에도 동일하게 유효하다. 세상이 생명의 가치를 스스로 재단하고 인간의 정체성을 멋대로 규정하려는 시도 앞에서, 교회는 생명의 주관자가 오직 하나님이심을 선포해야 한다. 대리모 문제와 전환 치료 금지법 논란의 중심에서 교회가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창조 질서라는 성경적 진리다. 동시에 이 선포는 삶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베네수엘라를 향한 스페인 교회의 구호 활동처럼, 교회는 고통받는 세상의 이웃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 105년의 박해 속에서도 지중해의 푸른 물결에 신앙을 고백했던 스페인 데니아의 성도들처럼, 우리는 세속의 파도 앞에서 담대하게 복음의 능력을 증거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밖을 향한 힘 있는 외침은 건강한 내면에서 비롯된다. 목회자가 영적, 육체적 탈진에 내몰리고 성도들이 교회 공동체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채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교회의 선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목회자에게 허락된 안식은 재충전을 넘어, 모든 수고의 주관자 역시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 신앙고백이다. 문턱에 선 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그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는 것은, 교회가 닫힌 성채가 아니라 상한 자를 품는 영적 병원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교회의 본질은 화려한 건물이나 유창한 설교가 아닌, 이처럼 서로를 돌보는 유기적 생명 공동체 안에서 빛을 발한다.

결국 교회는 세상의 문턱에 서 있는 공동체다.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존재로서, 세상의 가치관을 거슬러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실천해야 할 사명을 받았다. 우리의 정체성은 세상의 평가나 법률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 성경은 우리를 이렇게 정의한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베드로전서 2:9). 혼돈의 시대, 한국 교회는 다시 한번 이 정체성을 굳게 붙들고, 흔들림 없이 진리의 등대를 밝히는 파수꾼으로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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