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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지체들, 그리스도의 몸으로 서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7-04 08:30

본문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축구의 열기가 한순간 세상을 집어삼켰다. 이념과 국경을 넘어 잠시나마 인류가 하나 되는 듯한 환상을 선사했지만, 그 함성이 잦아들자 세상은 이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베네수엘라의 지진 피해자들이 흘리는 고통의 신음은 승리의 환호성에 묻혔고, 분열된 세상의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다시 덧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의 소음이 가득한 시대에, 교회는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금주의 소식들은 흩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어떻게 세상 속에서 빛으로, 또 자신 안에서 소금으로 존재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증언한다.

먼저는 세상의 어둠을 향해 빛을 비추는 교회의 모습이다. 세계복음연맹(WEA)은 유엔의 공적 무대에서 인신매매 피해자와 장애 태아의 생명권을 외쳤다. 이탈리아와 칠레 정부는 생명을 상품화하는 대리모 관행에 맞서 전 지구적 연대를 촉구했다. 이는 단순히 사회적 구호 활동을 넘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현장에 교회가 예언자적 목소리를 발하는 것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절망에 빠진 베네수엘라를 향해 스페인 복음주의 교회가 내민 신속한 구원의 손길은,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을 21세기에 재현한 생생한 현장이다.

동시에 교회는 세상의 부패를 막는 소금의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견고히 세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폴란드에 모인 유럽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각자의 고독한 사역 현장을 떠나 서로를 격려하며 영적 재무장의 시간을 가졌다. 목회자의 탈진을 경고하며 쉼의 성경적 가치를 역설하는 목소리는, 교회의 심장인 목회 현장이 먼저 건강해야 함을 일깨운다. 105년의 세월 동안 지중해의 푸른 물결 속에서 신앙을 고백해 온 스페인 데니아 교회의 세례식은, 박해의 역사 속에서도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고 다음 세대로 계승하려는 거룩한 몸부림의 증거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조시마 장로는 알료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꿈속의 사랑은 쉽지만, 실제적인 사랑은 고된 노동이며 무서운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교회의 모습이 바로 이 ‘실제적인 사랑’이다. 그것은 인권 회의장에서의 치열한 논쟁으로, 재난 현장에서의 땀과 눈물로, 그리고 사역의 무게에 짓눌린 동역자의 어깨를 다독이는 교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고된 사랑을 감당하기 위해, 교회는 끊임없이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제도권의 ‘문턱’에 서성이는 이들을 어떻게 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소금이 그 맛을 잃지 않기 위한 처절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다.

결국 세상 속의 빛과 교회 안의 소금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사명이다.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타올라야 하고, 맛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그 안에 짠맛이 보존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세상의 불의에 침묵하면서 우리만의 성채를 쌓는 데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세상의 빛이 되겠다며 나섰다가, 정작 복음의 소금 맛을 잃고 세속의 논리에 동화되고 있지는 않은가. 흩어진 지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벌이는 이 모든 영적 분투가 결국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워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힘이 아닌,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이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태복음 5: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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