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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뚫는 사랑, 삶으로 증명하는 믿음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6-29 08:30

본문

지진으로 무너진 베네수엘라의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구호의 손길,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한가운데서 울려 퍼진 한 선수의 신앙 고백, 그리고 교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웃을 향한 안타까운 외침. 오늘의 지면을 채운 소식들은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진 사건들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과연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있으며, 무엇으로 증명되고 있는가.

신앙이 개인의 내면과 주일의 예배당 안에 갇힐 때, 그것은 생명력을 잃고 박제된 교리로 전락하고 만다. 복음서 속 네 친구는 중풍병에 걸린 벗을 예수께 데려가기 위해 인파를 헤치는 것을 넘어 지붕을 뚫는 결단을 감행했다. 그들의 믿음은 관념이 아닌, 장애물을 부수는 역동적인 사랑의 행위였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웃의 현실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새로운 ‘지붕’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통렬하게 자문해야 한다.

역사는 신앙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증언한다. 18세기 말 영국, 노예무역은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여겨지던 ‘필요악’이었다. 이때 윌리엄 윌버포스와 ‘클래펌 공동체(Clapham Sect)’라 불리는 그의 동지들은 복음주의 신앙을 현실 정치와 사회 개혁의 동력으로 삼았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엄한 존재’라는 신학적 고백을, 그들은 노예무역 폐지라는 지난한 입법 투쟁과 사회 운동으로 살아냈다. 20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노예무역 폐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던 순간, 윌버포스는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는 신앙이 단순한 위안을 넘어, 시대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위대한 실례이다.

윌버포스의 투쟁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한 도전을 준다. 벨기에의 축구선수 제레미 도쿠가 갓 태어난 아들을 품에 안고 “모든 선한 선물”이 하나님께로부터 온다고 고백했듯, 우리의 가장 사적인 기쁨의 순간은 세상에 하나님을 증거하는 공적인 간증의 장이 되어야 한다. 폐허가 된 베네수엘라를 향해 달려가는 기독교 구호단체들의 헌신처럼, 우리의 사랑은 고통받는 이웃을 향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또한, 목회자를 축복하며 떠나보내는 성도들의 모습처럼, 교회 공동체는 서로를 세우고 격려하는 사랑의 발전소가 되어야 한다.

결국 세상은 우리의 유창한 신학적 논쟁이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번역된 사랑을 통해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이다. 한국 교회가 다시 세상의 소망으로 서는 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지붕이라도 뚫어서 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고자 했던 그 첫사랑의 열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주께서 친히 그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한복음 13:35)

이 말씀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의 현장에서 능력으로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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