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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 위의 집, 모래 위의 집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6-27 08:30

본문

베네수엘라의 대지가 신음하며 갈라지고, 유럽의 교회는 세속 권력과 이교적 사상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땅이 흔들리고 시대가 요동치는 오늘, 우리는 교회의 본질적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너진 교회 건물 잔해에 갇힌 성도들의 비명과, 복음의 순수성을 잃고 혼합주의에 물든 교회의 침묵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우리 시대의 영적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의 뉴스는 교회가 직면한 두 가지 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베네수엘라의 강진처럼 외부에서 닥쳐오는 물리적 고난이며, 다른 하나는 프리메이슨과 영지주의의 침투, 권력을 향한 종교 지도자의 야합처럼 내부로부터 교리의 기초를 허무는 영적 부패다. 이 두 위기 앞에서 교회는 무엇으로 세상에 답해야 하는가. 어떤 이는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구제와 봉사를 외치고, 어떤 이는 교리의 수호를 부르짖으며 신학적 순결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이 둘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본질에서 비롯된 교회의 양면적 사명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는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준다. 2세기 중반, 로마 제국을 휩쓴 ‘안토니우스 역병’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생명을 앗아갔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로마인들은 병든 가족을 길거리에 내버리고 달아나기 바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병자들을 돌보고, 이교도들까지 섬겼다. 역사가들은 이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기독교가 로마 사회에 뿌리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사랑이 단순한 인간애나 윤리적 결단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부활’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진리 위에 세워진 신앙의 필연적 열매였다. 죽음 너머의 영원한 생명을 확신했기에, 그들은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리의 기둥이 사랑의 지붕을 굳건히 받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역사적 예화는 오늘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베네수엘라의 참상에 달려간 구호단체의 손길은 바로 초대교회가 보여준 사랑의 실천이다. 이는 교회가 세상의 빛임을 증명하는 거룩한 행위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적 진리를 저버리고 세속 철학과 신비주의를 끌어안거나, 전쟁을 ‘신성한 것’으로 축복하는 행태는 교회의 기초 자체를 허무는 일이다. 진리의 반석이 무너지면, 그 위에 세워진 사랑의 실천 역시 방향을 잃고 인간적인 동정으로 전락하거나, 특정 이념을 위한 위선적 도구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의 젊은이들이 신앙 안에서 안정과 의미를 찾는다는 소식은, 교회가 진리의 반석 위에 굳게 설 때 비로소 다음 세대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고난받는 이웃을 향해 지붕을 뚫는 열정으로 다가가고 있는가. 동시에 이단의 가르침과 세속적 가치관에 맞서 진리를 파수하는 영적 분별력을 견지하고 있는가. 진리의 기둥이 무너지면 사랑의 지붕도 머물 곳을 잃는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때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우리는 주님의 경고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마태복음 5: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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