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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잃은 교회, 다시 바르멘 선언 앞에 서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6-20 08:30

본문

오늘날 세계 교회가 처한 현실은 마치 사방에서 불어오는 거친 풍랑 한가운데 선 배와 같다. 밖으로는 세속주의와 노골적인 적대의 파도가 쉴 새 없이 선체를 때리고, 안으로는 신앙의 본질을 흐리는 이단적 사상과 권력 남용이라는 균열이 선창에 스며들고 있다. 스페인 성공회에서는 혼합주의의 망령이 배회하고, 프랑스와 나이지리아에서는 성도들을 향한 핍박의 칼날이 번뜩인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복음이 정치적 이념의 시녀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으며, 교회 내부에서는 영적 학대로 신음하는 영혼들의 탄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 모든 소음 속에서 교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혼돈의 근원은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구별된 사명을 잊고, 세상의 방법과 가치를 무분별하게 답습한 데 있다. 맛을 잃은 소금이 길가에 버려져 밟힐 뿐이듯, 복음의 순수성을 상실하고 세속 권력과 야합하며 거룩함을 잃어버린 교회는 더 이상 세상에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기를 포기하는 순간, 교회는 존재 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엄중한 교훈을 남겼다.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의 광기가 독일을 휩쓸 때, 독일 교회는 국가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앞에 무참히 굴복했다. '독일 기독교인(German Christians)'이라 불리던 이들은 아리안 민족의 우월성을 설교하고 히틀러를 신이 보낸 지도자로 칭송하며 십자가와 스와스티카를 나란히 걸었다. 바로 그때, 암흑의 심연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고백이 터져 나왔다. 1934년 5월, 카를 바르트와 마르틴 니묄러 등이 중심이 된 고백교회는 '바르멘 신학 선언(Barmen Theological Declaration)'을 통해 이렇게 선포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죽으나 사나 듣고 신뢰하며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다. 우리는 교회의 선포의 원천으로서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어떤 사건이나 권세, 형상이나 진리도 하나님의 계시로 인정해야 한다는 거짓 교리를 배격한다." 이는 세상의 그 어떤 권력이나 사상도 그리스도의 주권 위에 설 수 없다는, 교회의 본질에 대한 장엄한 재확인이었다.

바르멘의 외침은 9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유효하다. 동양 철학과 비의주의를 기독교에 접목하려는 스페인의 시도는 바르멘 선언이 배격한 '다른 계시'의 망령이다. 특정 정치인을 구원자로 여기며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행태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주권을 부인하는 현대판 우상숭배다. 성도들을 자신의 왕국을 세우는 도구로 삼는 영적 학대는, 교회의 사명이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섬기는 것임을 망각한 배교 행위다. 이슬람 개종을 거부하고 8년 넘게 억류된 나이지리아의 소녀 리아 샤리부의 저항은, 죽음 앞에서도 '오직 그리스도'를 고백했던 바르멘의 정신이 어떻게 신자의 삶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이제 한국 교회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의 강단은 세상의 성공 신화와 번영의 복음으로 오염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신앙의 원칙을 저버린 적은 없는가? 교회 안에 고통받는 약자들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국 교회는 이 시대의 바르멘 선언을 새롭게 써 내려가야 한다. 그것은 문서가 아닌 삶으로, 고백으로, 거룩한 저항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교회가 다시금 세상의 철학이 아닌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 위에 굳건히 설 때, 비로소 우리는 썩어가는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이요, 길 잃은 시대를 비추는 등대가 될 것이다.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베드로전서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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