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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환호와 하나님의 인정 사이에서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6-17 08:30

본문

세상은 승리의 서사에 열광한다. 7대 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승패가 갈린 월드컵 경기장에서, 혹은 ‘위대한 국가’를 재건하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구호 속에서 세상은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탄식을 명확히 구분 짓는다. 이러한 세상의 논리는 때로 교회 안에도 스며들어, 가시적인 성장과 사회적 영향력을 성공의 척도로 삼으려는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들려온 소식들은 세상의 승자독식 논리가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더 깊고 본질적인 승리의 의미를 묻고 있다.

경기에서는 패배했지만 그라운드에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하는 퀴라소 선수들의 모습에서, 반세기를 앞서 홀로 경주를 마친 올림픽 마지막 주자의 묵묵한 완주에서, 그리고 중동부 유럽의 복음화를 위해 한평생을 헌신한 선교사의 삶 속에서 우리는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영광의 빛을 발견한다. 이는 나치라는 거대한 악의 제국 앞에서 한 개인의 신앙적 양심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목사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히틀러 정권에 저항하다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종전 직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본회퍼의 마지막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명백한 실패였다. 그의 저항은 정권을 전복시키지 못했고, 그의 목소리는 철창 안에 갇혔으며, 그의 육신은 무력하게 스러졌다. 그러나 오늘날 누가 감히 그의 삶을 실패라 말할 수 있는가. 그의 옥중서신은 시대를 넘어선 신앙의 정수가 되었고, 그의 순교는 불의한 권력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영적 승리의 증거로 남았다. 본회퍼는 세상의 승리가 아닌 하나님의 인정을 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연약해 보이는 순간에 어떻게 그리스도의 능력이 온전하게 드러나는지를 자신의 온 생명으로 증명해 보였다.

사도 바울이 고백했던 역설적인 진리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자신의 약함을 통해 오히려 그리스도의 강함을 체험한다고 선포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고린도후서 12:9-10).

오늘날 한국 교회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된 선거의 난맥상을 꾸짖고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서 공의를 외치는 것은 마땅한 책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교회의 본질적인 힘이 세상의 권력이나 방법에 있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진정한 능력은 스페인 광장에 모여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성도들의 무릎에서, 국적과 승패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형제애를 나누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복음의 씨앗을 심는 헌신된 삶 속에서 발현된다.

세상의 환호에 취하거나 세상의 비난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묵묵히 우리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비록 마지막 주자처럼 보일지라도, 그리하여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는 우리를 비껴갈지라도, 우리가 달려가는 믿음의 경주를 주님께서 지켜보고 계신다. 교회의 참된 승리는 세상의 평가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넉넉히 이기는 영적 실재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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