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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소리 너머, 바르멘의 외침을 들으라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6-11 08:30

본문

스페인 의사당에 울려 퍼진 기립박수는 단순한 외교적 환대를 넘어 시대의 영적 기류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세속 권력이 종교 지도자에게 보내는 찬사는, 세상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와 교회가 타협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과 깊이 맞닿아 있다.

교황 레오 14세의 회칙 ‘Magnifica Humanitas’에 대한 신학적 비평은 이 현상의 이면을 꿰뚫는다. ‘자연은 은총을 통해 완성된다’는 로마 가톨릭의 오랜 명제는, 죄로 인해 전적으로 부패하고 무능력해진 인간의 실존을 간과하게 만든다. 복음은 상처 입은 자연을 치유하는 연고나 미완의 그림을 완성하는 붓질이 아니다. 복음은 죽은 자를 살리는 하나님의 폭발적인 능력이요, 옛사람을 부수고 새사람을 창조하는 재창조의 역사다. 이 근본적인 차이를 흐릴 때, 교회는 세상의 지혜와 인본주의적 가치를 ‘은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수용하는 유혹에 빠진다. 세상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들의 인본주의적 이상이 교회의 언어로 정당화되고 성화(聖化)되기 때문이다.

이 신학적 혼탁함의 결과는 교회의 모든 영역에서 파편처럼 드러나고 있다. 세속적 가치에 굴복한 신학적 표류에 맞서 성공회 공동체가 분열의 아픔을 겪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진리의 경계선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한편, 지도자의 도덕적 실패는 죄의 심각성과 인간의 전적 부패를 망각하고 자기 의와 영적 교만에 빠질 때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또한, 인종주의와 증오가 들불처럼 번지는 세상(북아일랜드 사태)을 향해 교회가 명확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 역시, 세상과 구별되는 거룩함과 진리의 유일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1930년대 독일, 히틀러의 광기가 유럽을 집어삼키려 할 때, ‘독일 기독교인(German Christians)’이라 불리는 이들은 아리안 민족의 피와 땅이라는 ‘자연’ 위에 나치즘과 기독교 신앙을 결합하려 시도했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며 세상의 박수를 받았다. 바로 그때, 소수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바르멘에 모여 역사적인 신앙고백을 선포했다. 바르멘 선언 제1조는 이렇게 외친다. “성경에서 우리에게 증언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듣고, 삶과 죽음 속에서 신뢰하고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다. 우리는 교회의 선포의 원천으로서 이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 외에 다른 어떤 사건이나 권세, 형상이나 진리도 인정할 수 있다는 거짓 교리를 배격한다.” 이것은 세상의 모든 이데올로기와 인본주의적 가르침을 향한 단호한 거부였으며, 오직 말씀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오늘날 한국 교회 앞에 놓인 길도 다르지 않다. 세상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인본주의와 뒤섞인 ‘다른 복음’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세상의 조롱과 오해를 받더라도 바르멘의 외침처럼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임을 선포하는 좁은 길을 갈 것인가. 교회의 분열과 지도자의 타락, 사회적 무기력함은 모두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묻는 엄중한 질문이다. 이제 교회는 세상의 환호를 구하는 것을 멈추고, 십자가의 진리 앞에 홀로 서야 한다. 로마서 12장 2절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롬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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