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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영성, 혼돈의 시대를 건너는 교회의 두 날개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8-30 08:30

본문

독일의 정치적 광풍이 교회를 이념의 전쟁터로 내몰고, 네팔의 땅은 대홍수의 비극으로 신음하며, 수단의 누바 산맥에서는 한 기독교 구호 활동가가 고독한 억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의 지면을 채운 소식들은 작금의 세상이 얼마나 소란스러운 파도와 깊은 슬픔으로 가득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념의 충돌과 재난의 신음, 박해의 눈물이 뒤섞인 혼돈의 시대 속에서, 교회는 과연 어디에 그 견고한 닻을 내려야 하는가.

독일의 상황은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유혹의 본질을 드러낸다. 급진 좌파는 복음주의자들을 극단주의자와 동일시하며 비난하고, 극우 정당은 교회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 이는 교회를 세상의 이념적 틀 안에 가두려는 오래되고도 교활한 시험이다. 세상의 권력과 연대하여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길은 달콤해 보이나, 그것은 결국 교회의 예언자적 순수성을 잃게 하고 세상의 소금 된 맛을 희석시키는 독배일 뿐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세상의 소음 속이 아닌, 교회의 깊은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 이탈리아의 독서율 통계는 ‘책은 죽었다’는 세속적 통념에 경종을 울리며, 우리에게 말씀과 지성의 책무를 묻는다. 또한 아일랜드의 한 기독교인이 자신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성육신의 신비로 풀어내는 고찰은, 피상적인 구호를 넘어선 깊은 신학적 사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교회는 세상의 구호에 섣불리 답하기 전에, 먼저 말씀의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지혜와 분별력으로 스스로를 채워야 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엄중한 교훈을 남겼다. 1930년대 독일, 국가 사회주의의 광기가 온 땅을 뒤덮을 때, 독일 교회는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독일 기독교인’과 이에 저항하는 ‘고백교회’로 나뉘었다. 1934년, 칼 바르트를 비롯한 고백교회 지도자들은 바르멘 신학 선언을 통해 단호히 선포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듣고, 삶과 죽음 속에서 신뢰하고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다.” 이는 정치적 선동이 아니었다. 시대의 우상 앞에 오직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유일한 주님이심을 고백한 신앙의 정수였다. 그들은 이념의 폭풍우 속에서 말씀이라는 견고한 닻을 내림으로써 교회의 본질을 지켜냈다.

이처럼 깊이 뿌리내린 신앙은 반드시 행동하는 사랑으로 열매 맺는다. 네팔의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 묵묵히 생명을 섬기는 구호의 손길과, 수단의 반군에게 억류된 채 5개월을 버티는 한 영혼의 신실함은 세상의 칭송이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믿는 믿음의 토양에서만 피어나는, 디트리히 본회퍼가 말한 ‘값비싼 은혜’의 거룩한 실천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세상의 이념 전쟁에 편승하여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 말씀과 씨름하고 기도로써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이다. 지성의 날개와 영성의 날개로 균형을 잡을 때, 교회는 비로소 이 혼돈의 시대를 넘어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다. 이는 세상을 외면하는 도피가 아니라, 세상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유일한 길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명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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