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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불, 그리고 성령의 불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8-26 08:30

본문

인류의 역사는 불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은 문명을 일으키는 동력이었으나 동시에 모든 것을 재로 만드는 파괴의 상징이었다. 오늘 우리에게 들려온 소식들은 마치 온 세상이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듯한 인상을 준다.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는 포화의 불길이, 콩고에서는 에볼라라는 질병의 불길이 생명을 삼키고 있다. 유럽 대륙은 기록적인 가뭄으로 메마른 땅이 타들어가고 있으며, 대한민국 서울의 한복판에서는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거대한 세속주의의 불길에 맞서 5만 성도가 ‘거룩한 방파제’를 쌓아 올렸다. 이 모든 것은 세상이 하나님의 심판 아래 신음하며 타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렬한 시대의 징후다.

이처럼 거대한 불길 앞에서 교회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혹자는 교회가 세상의 권세를 장악하여 그 불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통치 신학’의 오만함은, 마치 그리스도인이 사회의 모든 영역을 운영하면 더 나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착각에 기반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힘을 빌려 신앙의 험난한 과정을 손쉽게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 세상을 통치하려는 시도나, 기술에 의존하여 신앙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다른 불’을 드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성령의 불이 아닌, 인간의 욕망이 지핀 파멸의 불일 뿐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참된 교회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선명하게 증언한다. 주후 64년, 로마 시에 대화재가 발생하여 열흘간 도시의 심장부를 불태웠다. 당시 폭군 네로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도시의 소수자였던 그리스도인들을 방화범으로 지목하고 무자비한 박해를 가했다. 화형대 위에서, 맹수의 먹이가 되면서,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 초대교회 성도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들은 네로에 대항하여 또 다른 정치 세력을 규합하거나, 권력을 찬탈하여 로마를 기독교 국가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불타는 세상의 한가운데서 오직 믿음으로 순교의 길을 걸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 되었고, 그들의 순전한 믿음은 결국 로마를 압도하는 영적인 불길로 타올랐다.

오늘날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는 세상의 불을 끄기 위해 세상의 방식을 따르는 자들이 아니다. 우리는 성령의 불을 받아 그 불로 세상을 밝히고, 얼어붙은 영혼을 녹이며, 죄악을 태워 정결케 하는 사명을 받았다. 콩고의 참상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복음주의 NGO들처럼, 전쟁의 폐허를 찾아가 상처를 보듬는 지도자들처럼, 알프스 정상에 올라 부흥을 위해 부르짖는 목회자들처럼, 암 투병 속에서도 원망 대신 감사를 고백하는 한 성도처럼, 교회는 세상의 가장 어둡고 고통스러운 자리에 임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결국 교회의 자리는 불타는 세상의 재 위에 세워진 화려한 보좌가 아니라, 풀무불 한가운데다. 다니엘의 세 친구가 그러했듯, 세상의 권력은 우리를 불 가운데로 던질 수 있으나 결코 우리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 그곳에 우리와 함께 거니시는 주님께서 계시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세상의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성령의 불을 의지하여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진정한 빛과 소금의 공동체로 바로 서기를 소망한다.

“그 때에 느부갓네살 왕이 놀라 급히 일어나서 모사들에게 물어 이르되 우리가 결박하여 불 가운데에 던진 자는 세 사람이 아니었느냐 하니 그들이 왕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왕이여 옳소이다 하더라 왕이 또 말하여 이르되 내가 보니 결박되지 아니한 네 사람이 불 가운데로 다니는데 상하지도 아니하였고 그 넷째의 모양은 신들의 아들과 같도다 하고” (다니엘 3: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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