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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를 아는 지혜,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교회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6-23 08:30

본문

개인의 안녕과 교회의 성장에만 시선이 매몰될 때, 우리는 종종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놓치는 우를 범한다. 유럽의 복음주의자들이 정작 유럽의 기독교적 유산을 이해하는 데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은 오늘 우리 한국 교회에도 날카로운 경종을 울린다. 세상의 승자들과 소통하기를 열망하며 그들의 성공에 환호하는 동안, 정작 우리가 대화해야 할 우주의 왕, 진정한 승리자이신 하나님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가. 교회의 시선이 내부로만, 그리고 세속적 기준으로만 향할 때, 우리는 시대의 등불이 아닌 스스로를 가두는 등잔이 될 수밖에 없다.

역사는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구약의 잇사갈 자손들은 혼란한 시대 속에서 ‘시세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지혜로 공동체를 이끌었다. 역대상 12장 32절은 이를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잇사갈 자손 중에서는 시세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우두머리가 이백 명이니 그들은 그 모든 형제를 통솔하는 자이며”. 이들처럼, 오늘날 교회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통찰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대적 지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기록하는 책임에서 시작된다. 6.25 전쟁 76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연합이 되새긴 다짐처럼, 우리는 공산주의의 침략으로 말미암은 동족상잔의 비극과 폐허 속에서 이 나라를 건져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유를 위해 스러져간 이들의 희생을 망각하고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마치 집을 지을 때 반석이 아닌 모래 위에 기초를 놓는 것과 같다. 교회가 이 땅의 영적 파수꾼으로서 역사의 진실을 선포하고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기억을 전수할 때, 비로소 우리의 현재는 굳건한 토대 위에 바로 설 수 있다.

과거에 대한 명철한 기억은 현재와 미래를 향한 담대한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 인공지능(AI)이 인류의 미래를 재편하는 이 시대에, 성경적 가치에 기반한 윤리적 규범을 제시하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소명이다. 이는 세상과 분리된 신앙이 아니라, 세상의 중심에서 빛을 발하는 신앙의 본질이다. 동시에, 교회의 시선은 밖을 향하는 만큼 안으로도 향해야 한다. 신앙의 이름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을 외면하거나 정죄하는 대신, 예수님의 긍휼한 마음으로 그들을 끌어안고 치유의 여정에 동행하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다. 상처 입은 영혼을 보듬지 못하는 공동체는 세상을 향해 온전한 사랑을 선포할 자격이 없다.

결국, 교회의 사명은 과거의 기억, 현재의 통찰, 미래의 준비, 그리고 내부의 치유를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것이어야 한다. 잇사갈의 지혜는 단지 시대를 분석하는 지성에 머무르지 않고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실천적 결단으로 나아갔다. 한국 교회가 눈을 들어 시대의 징조를 읽고, 역사의 교훈을 새기며, 새로운 기술과 인간의 고통 앞에 하나님의 지혜를 구해야 할 때다. 우리의 시선이 땅의 성공이 아닌 하늘의 주권자에게 고정될 때, 비로소 우리는 이 시대가 마땅히 행할 바를 아는 거룩한 공동체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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