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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파도 앞에서, 다시 복음의 반석으로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10-07 08:30

본문

유럽 대륙에서는 정치적 격랑이 일고, 사회는 전례 없는 위기의 폭풍을 맞고 있으며, 개인의 삶은 예기치 못한 파고에 흔들리고 있다. 스페인의 조기 총선 결정과 유럽 지도자들의 위기 진단은 마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배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세상이 이토록 거대한 혼돈의 파도 앞에 섰을 때, 오늘날 교회는 과연 어디에 그 닻을 내리고 있는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인 1521년, 독일의 보름스 제국회의에 한 수도사가 섰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와 로마 교황청의 막강한 권위가 서슬 퍼렇게 그를 압박했다. 자신의 모든 저술을 철회하라는 요구 앞에서 마르틴 루터는 하룻밤의 기도 끝에 담대히 외쳤다. "성경의 증거와 명백한 이성에 비추어 나의 유죄가 증명되지 않는 이상, 나는 교황과 공의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 나의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철회할 수 없으며, 철회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양심에 반하는 것은 안전하지도, 올바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도우소서. 아멘." 이는 세속의 권력이나 시대의 정신이 아닌, 영원불변한 진리의 말씀이라는 반석 위에 선 신앙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역사적 선언이었다.

루터가 목숨을 걸고 붙잡았던 그 말씀의 능력이야말로, 제프 파운틴이 유럽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나누어 준 작은 '도토리' 안에 담긴 생명의 잠재력과 같다. 세속화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유럽의 황무지에서도 복음은 여전히 '의의 참나무'를 길러낼 유일한 씨앗이다. 짐바브웨의 굿윌 샤나 목사가 절규하듯 외친 것처럼,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팬데믹의 후유증이라는 거친 폭풍이 몰아칠 때 교회가 붙잡아야 할 것은 인간적 해법이나 세상의 위로가 아닌, 오직 복음이라는 견고한 닻이다. 이 원리는 교회 내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세상의 '평등'이라는 구호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성경이 가르치는 거룩한 '동역'의 원리라는 반석 위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개인의 삶에서 계획이 틀어지는 좌절의 순간들조차, 우리를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를 신뢰하며 신앙의 닻을 더 깊이 내릴 거룩한 기회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성경은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설 소망을 이와 같이 선포한다. 이사야는 이렇게 기록했다.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기쁨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시고 그들이 의의 나무 곧 여호와께서 심으신 그 영광을 나타낼 자라 일컬음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사 61:3)

개혁신앙 이니셔티브가 지난 10년간 로마 가톨릭과의 대화 속에서 신학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 온 것은, 이 시대가 얼마나 교리적 혼미함 속에 있는지를 방증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다른 무엇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의 거친 파도 앞에서 교회의 유일한 소망은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영원한 반석 위에 굳건히 서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야 한다. 나의 신앙, 우리 교회의 닻은 지금 어디에 내려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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