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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보루, 흔들리는 세상 속 교회의 사명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9-27 08:30

본문

오늘날 세계는 수많은 가치와 신념이 충돌하는 거대한 각축장이 되었다. 유엔의 회의장에서는 생명의 존엄성을 외치는 목소리와 성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유럽의 심장부에서는 세속주의의 깃발 아래 종교 교육의 정당성을 묻는 논쟁이 한창이다. 모든 신념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는 북아일랜드의 법안과 특정 종교의 확산을 경계하는 스위스 정부의 고심은, 이 시대가 ‘진리’라는 개념 자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상은 이제 절대적 진리의 존재를 부정하고, 모든 주장을 동등한 선반 위에 올려놓으려는 거대한 흐름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 속에서 교회는 종종 침묵을 강요받거나, 세상의 구미에 맞게 복음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들라는 압박에 직면한다. 모든 가치가 상대적이라는 구호 아래,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기독교의 핵심 선언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주장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러나 진리는 다수결이나 시대정신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진리는 그 자체로 빛이며, 어둠과 혼돈 속에서 유일한 기준점이 된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주역이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해결사’로 불렸던 척 콜슨의 삶은 이 진리의 힘을 웅변적으로 증거한다. 권력의 정점에서 온갖 공작을 서슴지 않았던 그가 마주한 것은 정치적 몰락과 차가운 감옥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절망의 나락에서 그의 손에 들린 것은 C. S. 루이스의 책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지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기독교 진리의 실체와 마주했다. 콜슨은 훗날 “나는 내 의지와 지성이 격렬하게 저항함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께 내 삶을 내어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세상의 권력과 지략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영혼의 공허함이, 타협할 수 없는 절대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을 때 비로소 채워졌던 것이다. 그의 회심은 진리가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살아있는 실체임을 보여준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척 콜슨이 마주했던 것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세상의 다양한 영적 탐구와 비전통적 영성의 물결 앞에서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가? 모든 신념이 동등하다는 미명 아래 진리를 포기하라는 요구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 해답은 명확하다. 교회는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되 세상의 논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혼돈의 시대에 더욱 굳건히 서서 진리의 기둥과 터가 되어야 한다. 척 콜슨을 무너뜨리고 동시에 새롭게 세웠던 그 복음의 능력을 다시금 선포해야 한다.

프랑스의 교육 현장에서, 유엔의 외교 무대에서, 그리고 개인의 영적 방황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싸움은 결국 진리에 관한 영적 전쟁이다. 교회는 이 전쟁의 최전선에 서서 변치 않는 진리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할 사명이 있다. 그것은 세상과의 불필요한 적대를 위함이 아니라, 길 잃은 영혼들에게 유일한 희망과 생명의 길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한복음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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