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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칼을 벼리고 신앙의 방패를 굳건히 하라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9-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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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제작한 대형 기독교 영화가 세계를 향한 문화선교의 돛을 올렸다는 낭보와, 유럽 대륙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신앙 전수의 자유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비보가 동시에 들려오는 시대다. 이는 오늘날 교회가 처한 역설적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편에서는 복음 전파를 위한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영적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영화 ‘마라나타’의 대규모 시사회와 유럽 미디어 사역자들의 영상 제작 훈련은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추려는 교회의 거룩한 열망을 보여준다. 문화라는 그릇에 복음의 생명수를 담아 목마른 영혼들에게 전하려는 시도는 시대적 소명이며, 칭찬받아 마땅하다. 교회는 더 이상 세상 문화의 소비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담은 K-콘텐츠를 통해 시대를 선도하는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빛을 비추는 사명만큼이나 부패를 막는 소금의 역할 또한 절실하다. 네덜란드에서 12세 미만 아동에 대한 안락사가 합법적으로 시행되었다는 소식은 생명이 창조주의 선물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이라는 반기독교적 세계관의 섬뜩한 발현이다. 또한, 자녀에게 신앙을 가르칠 권리마저 박탈당한 스페인 아버지의 눈물은 교회의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인 가정이 어떻게 세속주의의 파도 앞에 위협받고 있는지를 웅변한다.

이처럼 거센 도전 앞에서 교회는 어떤 무기를 들어야 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제프 파운틴이 지적한 ‘기독교와 정치 프로젝트의 위험한 결합’이라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대심문관은 이 유혹의 본질을 꿰뚫는다. 그는 광야에서 돌로 떡을 만들라는 사탄의 시험을 거부하신 예수를 비난하며, 인류에게 영적인 자유 대신 지상의 빵과 안정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그가 휘두른 것은 기적과 신비, 그리고 권위라는 세상의 힘이었다. 오늘날 교회가 특정 정치 이념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세상의 권력으로 신앙의 가치를 수호하려 할 때, 그것은 대심문관의 길을 따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복음의 초월적 능력을 지상의 빵과 맞바꾸는 비극적인 선택이다.

교회의 진정한 힘은 정치적 영향력이 아니라 진리 그 자체에서 나온다. 수십 년간의 부당함 속에서도 묵묵히 사역의 길을 걸어온 스페인 은퇴 목회자들이 마침내 연금 수급권을 인정받은 사건은 이를 증명한다. 그들의 승리는 정치적 흥정의 산물이 아니라, 끈질긴 기도와 의로운 투쟁이 맺은 열매였다. 우리는 문화라는 예리한 칼을 벼려 담대히 복음을 전파해야 하지만, 동시에 어떤 세속적 이념에도 물들지 않는 순전한 신앙의 방패를 굳건히 들어야 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분별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한국 교회는 세계를 향해 복음의 K-콘텐츠를 확산하는 담대한 비전을 품는 동시에, 가정과 사회 속에서 생명과 신앙의 가치를 지켜내는 영적 파수꾼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세상의 전략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 싸움을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 이는 내가 너희에게 가 보나 떠나 있으나 너희가 한마음으로 서서 한 뜻으로 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과 무슨 일에든지 대적하는 자들 때문에 두려워하지 아니하는 이 일을 듣고자 함이라 이것이 그들에게는 멸망의 증거요 너희에게는 구원의 증거니 이는 하나님께로부터 난 것이라” (빌립보서 1: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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