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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어질수록, 등불은 더욱 빛난다

마라나타 기자
작성일 2026-09-23 08:30

본문

네덜란드에서 들려온 12세 미만 아동에 대한 첫 안락사 시행 소식과, 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하려다 법의 벽에 부딪힌 스페인 아버지의 외로운 투쟁은 이 시대가 직면한 영적 현실을 냉엄하게 드러낸다. 생명의 존엄성이 무너지고 신앙의 자유가 위협받는 깊은 어둠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 생명의 주인이 되려 하고, 복음의 가르침이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억압으로 치부되는 시대의 한복판에 우리는 서 있다.

그러나 빛은 어둠 속에서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절망적인 소식들 너머로, 80억 지구촌 영혼을 깨우기 위한 영화 ‘마라나타’의 담대한 항해가 시작되고, 유럽의 심장부에서 다음 세대 미디어 사역자들이 복음의 영상 언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다는 소식은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교회는 세상의 어둠에 잠식당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어둠을 밝히라는 명령을 받은 능동적 주체이다. 문화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복음의 씨앗을 심으려는 노력은 그래서 더욱 귀하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들어야 할 등불의 본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제프 파운틴이 던진 ‘예수님은 보수주의자였는가?’라는 질문은 이 지점에서 우리 신앙의 핵심을 찌른다.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된다는 것은, 특정 정치 이념이나 문화적 프로젝트의 선봉장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복음이 세속적 이념과 뒤섞여 그 순수성을 잃는 순간, 등불은 빛을 잃고 연기 나는 심지가 될 뿐이다. 우리의 사명은 세상을 보수나 진보로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것이다.

16세기 영국, 윌리엄 틴들은 당대의 막강한 교권과 왕권이 라틴어라는 견고한 성벽 뒤에 가두어 두었던 하나님의 말씀을 평범한 민중의 언어로 번역하는 데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쳤다. 그의 꿈은 정치권력을 잡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주께서 내 생명을 보전해 주신다면, 머지않아 밭 가는 소년이 당신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게 하겠다”고 한 성직자에게 외쳤다. 그의 목표는 권력의 재편이 아닌, 모든 영혼에게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순수한 빛을 직접 비추는 것이었다. 그는 결국 배교자로 낙인찍혀 화형대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가 목숨과 맞바꾼 성경은 영국의 영적, 문화적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었고, 훗날 킹 제임스 성경의 초석이 되어 수많은 영혼을 구원으로 이끄는 영원한 등불이 되었다. 틴들이 든 등불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오직 기록된 말씀 그 자체의 빛이었다.

오늘 우리를 향한 주님의 명령 또한 그때와 다르지 않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태복음 5:14-16).

한국 교회는 영화와 미디어라는 강력한 문화적 도구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이 도구의 목적은 세상의 박수갈채나 문화적 헤게모니 장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빛은 화려한 영상미나 세련된 연출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순전한 복음의 말씀이다. 세속 문화의 거센 파도 앞에서 움츠러들거나, 정치 이념의 달콤한 유혹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윌리엄 틴들과 같이 오직 말씀의 능력으로 세상을 비추는 등불의 사명을 묵묵히 감당해야 한다. 문화라는 그릇을 사용하되, 그 안에 담기는 내용물은 세상의 것이 아닌 하늘의 것이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의 착한 행실, 즉 복음으로 말미암은 변화된 삶과 문화를 보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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