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지니어스법 시행령 공개···60일 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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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사용을 규율하는 ‘지니어스(GENIUS) 법안’의 이행을 위한 첫 번째 시행규칙 초안(NPRM, Notice of Proposed Rulemaking)을 공개하고, 60일간의 공공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이는 단순한 규정 제안의 차원을 넘어, 디지털 통화 시대에 대응하는 미국의 정책 방향과 시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초안은 특히 소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규제 접근 방식과 관련해 중요한 정책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발행 규모가 100억 달러 미만인 사업자에게 연방 규제 대신 주(州) 규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되, 그 전제 조건으로 ‘연방 수준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규제 체계’를 요구하는 구조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규제 완화와 규제 일관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균형 잡힌 설계로 해석된다. 이번 NPRM의 핵심은 바로 이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데 있다.
즉, 각 주의 규제 체계가 연방 프레임워크와 동일한 수준의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준비자산 관리, 리스크 통제 등을 충족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미국 전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좌우할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접근은 미국이 디지털 금융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결제 인프라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규제 명확성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단일 규제 기관의 독자적 행보가 아니라, 복수의 연방 금융 당국이 동시에 참여하는 ‘규제 퍼즐 맞추기’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 규제 기관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 역시 각각 관련 NPRM을 발표하며 역할 분담과 감독 권한 정립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규제 체계가 보다 정교하고 다층적인 구조로 자리 잡을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이번 의견 수렴 절차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정책 설계 과정의 일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미국 재무부는 이미 지난해 8월 디지털 포렌식 도구와 스테이블코인 관련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9월에는 세금 및 정보 보고 체계를 포함한 사전 입법예고(ANPRM)를 진행하는 등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 신뢰도를 동시에 높이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향후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주 규제 선택 경로’가 실제로 얼마나 넓게 열릴 것인가에 집중될 전망이다.
만약 ‘실질적 유사성’ 기준이 엄격하게 설정된다면, 주 규제를 선택하더라도 사실상 연방 수준의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혁신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다.
반면 기준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적용될 경우, 주별 규제 차이가 경쟁 요소로 작용하면서 ‘규제 친화적 주(州)’로의 사업자 집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일종의 ‘규제 경쟁(regulatory competition)’을 촉진하며,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지역별 특화와 다양화를 이끌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쟁점은 이번 지니어스법과 시행령 초안이 ‘이자형(수익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공백을 넘어, 향후 정책 논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클래리티(Clarity)’로 불리는 보다 포괄적인 시장 구조 법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와 규제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정책 공백’이 추가적인 제도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제기된다. 즉, 기존 금융상품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보다 정교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구축되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의 성숙도가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지니어스법 시행령 초안 공개는 단순한 규제 절차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질서 재편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규제 명확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동시에, 달러 기반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향후 60일간의 의견 수렴 과정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와 정책 당국이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털 금융 규범의 공동 설계 과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의견과 조정 결과는 향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모델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규제와 혁신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자산을 넘어 글로벌 결제와 금융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미국의 이번 정책 행보는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C) 기독교마라나타신문 2026-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