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탈락, 한국 축구의 낡은 조직문화 개혁 계기 될까
노형석 기자
작성일 2026-07-01 08:24
본문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예선 탈락 소식을 전하며, 국민들의 분노가 축구협회를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셜미디어와 여러 전문가,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는 마지막 경기 패배 후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다른 팀의 결과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굴욕감과 창피함으로 표출되었다. 일부에서는 다른 팀의 결과로 어부지리 16강에 진출하는 것보다 차라리 돌아오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홍 센터장은 이러한 '창피함'의 근원을 분석하며, 과거에는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투지를 통해 승리를 기대했다면, 이제는 유명 선수들을 보유한 대표팀에게 강팀과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잘 싸우다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수십 년간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동반하며 중요한 집단 기억을 형성해 온 축구는, 압축 근대화 과정에서 선진국과의 경쟁 속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했던 산업 현장의 모습과도 닮았다. 서구 축구 강국과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허용하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투지를 보여주는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서구의 '선진 축구'를 지향하며 스카웃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BTS 정국의 공식 주제가 공연에 이어, 이번 북중미 월드컵 오프닝 무대와 폐막식에 K팝 그룹의 공연이 예고된 것은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한국과 한국 축구의 상승을 동반하는 즐거운 기호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홍 센터장은 국가대표팀의 기대 이하 성적이 축구계에서는 늘 있어왔던 일이라고 지적한다. 월드컵에서 독일과 이탈리아를 이긴 경험이 있고, 이탈리아는 세 번이나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으며, 14억 인구의 중국도 축구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인구 50만의 카보베르데가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 우루과이 등 강팀과 비기며 경이로운 찬사를 받은 사례도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 조 예선 탈락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는 과거와 다른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홍 센터장은 분석했다. 능력이 있음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시스템과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보이며, 이는 외부의 시선보다 스스로에 대한 굴욕감과 창피함이 더 깊고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축구는 선수 개인기뿐 아니라 팀 내 자율성, 순간적 판단력, 집단 지성이 중요한 종목으로, 탑다운 방식의 한국식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유소년 때부터 클럽 문화 속에서 체계적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선진국 축구나, 자유로운 성장 환경과 디아스포라 선수들의 합류로 새 힘을 보여준 아프리카 팀들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초등학생이 다칠까 마음껏 뛰지 못하고 청소년은 입시 경쟁에 내몰리는 한국에서, 일찍부터 축구를 직업으로 택해 전념하는 엘리트 시스템으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은 오히려 예외적인 성취이며, 이는 압축 성장에 성공한 대한민국을 닮았다고 홍 센터장은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대표팀의 실패 속에서 축구협회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매우 시사적이다. 여론은 국가대표팀의 객관적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주범으로 시대착오적 조직문화를 지속해 온 협회를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는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온 한국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복사 부족이라는 어이없는 일로 심각한 갈등을 빚은 사례와도 닮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월드컵 경기는 계속되고, 한국 국민들은 우수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일본을 응원하는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멕시코 현지에서 멕시코 국민들과 정을 나누고, 월드컵의 즐거움을 뒤늦게 알게 된 미국인들의 탄성도 이어지고 있다.
홍 센터장은 고개 숙인 선수들이 안쓰럽지만, 이번 실패가 개혁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국 축구의 실패가 선진국으로서의 주도권을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구시대적 조직문화의 남은 영역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러한 구시대적 조직문화가 어느 분야에서든 대한민국의 발목을 다시 잡지 않도록 개혁을 위한 '차갑고 긴 분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보수 신학계 전문가들은 홍 센터장의 분석에 대해, 축구계의 시스템적 문제와 더불어 한국 사회 전반의 '조직문화 개혁'을 강조하는 부분은 성경적 가치관에 기반한 인간 이해와 죄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타락한 본성과 죄성은 외부 시스템이나 조직문화의 문제만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근본적인 해결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회개와 중생에 있음을 강조하며, 홍 센터장의 주장이 세속적이고 인본주의적인 해결책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기사 공유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