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지하에서 18년간 노숙인 사역을 해온 이형춘 목사
“말씀이 살아있는 현장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았습니다”
본문
서울역 근처에 위치한 지하 공간. 곰팡이 냄새와 습기가 가득한 곳에서 18년째 노숙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목사가 있다. 서울역공동체교회 이형춘 목사다. 그의 얼굴에는 고단함보다 평안함이, 절망보다 소망이 더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여기 상황이 별로 안 좋잖아요. 첫째는 더위의 문제, 또 경제적인 어려움, 곰팡이나 이런 것들 이렇게 지하공간에서 사역한 지 18년입니다.”
신학교에서 시작된 소명
이형춘 목사의 노숙인 사역은 2008년 특별한 계기로 시작됐다. 서울역에서 신학교를 개설해 운영하던 중, 만나게 된 성도들 대부분이 거처가 없는 노숙인들이었다.
“2008년도부터 서울역 근처에서 만나게 된 성도 대부분이 거처가 없어 노숙인이다 보니 잠자리와 식사 즉,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아 함께 공동체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 전부터 노숙인 복지법이 제정되어 전문성들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목사는 그해 6월, 서울역 사역을 하던 중 하나님께서 특별한 비전을 보여주셨다. 꿈에 남산을 바라보며 서 있는 300여 명의 용사들이 본 것.
“서울역에 300여 명의 용사들이 남산을 바라보고 큰 가방을 메고 서 있는 모습들이 보이면서 그들에 대한 비전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제자 양성에 대한 비전과 그 일들을 보여주셔서 그 시간부터 바로 서울역에서 예배를 드렸어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 현장
이형춘 목사에게 서울역 노숙인 사역은 단순한 구제 활동이 아니다. 그곳에서 그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의 성령이, 말씀 안에서 진리 안에서 감동을 주셔서 정말 진정한 자유함의 은혜가 무엇인지 경험했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드리는 예배에서 받는 말씀이 그의 영적 동력이다. 성경의 인물들이 바로 눈앞의 현실이 되는 곳, 그곳이 서울역공동체교회 사역에서 주신 은혜였다.
“저에게 만약 이 사역이 아닌 다른 사역으로 어떤 대가를 준다 해도 이 기쁨과 만족을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들은 돈을 가지고 있거나 집을 가지고 있거나 자녀가 있거나 하는 등의 다른 어떤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사과를 반으로 쪼개 놓고 보듯이 말씀을 통해 우리 자신을 정직하게 민감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영혼 회복을 위한 사역 철학
이형춘 목사의 사역 철학은 명확하다.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영혼의 회복을 추구한다.
“사역의 방향성은 기초생활자와 차상위층에 계시는 영혼들이 살아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들이 되어 심령이 회복되고, 아픔과 가난 그리고 좁혀져 있는 자존감이 하나님 형상으로 회복되어져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주님 오시는 길을 예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현재 서울역공동체교회는 매주 수요일 서울시 지원 시설인 급식시설에서 점심식사를 제공하며 이웃과 소통하고 있다.
서울역공동체교회는 매주 수요일 200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이 목사에게 음식 나누기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저들도 사랑하는 연인, 부모님, 할머니, 아내 등 누군가 해줬던 맛들을 기억하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 음식들의 맛 속에서 심리적인 안정이 오거나 아니면 정서적인 어떤 회복이 오기를 기대해요. 어느 된장국 한 그릇의 맛 속에서 아 서울역에 이렇게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그런 모습보다는 우리도 고향이나 어디로 돌아가서 안정을 찾을 수 있겠다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음식을 할 때도 조미료를 넣지 않고 그냥 해요”
현실의 어려움과 여성 노숙인을 위한 비전
18년간의 사역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 목사는 노숙인 사역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성(性) 문제’를 꼽았다. 노숙인들에게 식사와 건강 문제, 옷 등은 어느 정도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서울역거리에서 여성 노숙 자매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여성전용 쉼터와 노숙인 문화센터를 건립하여 이들에게 문화 공간 쉼터를 제공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형춘 목사는 노숙인들이 갈 곳이 없어 길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고, 또 밥을 먹어도 빨리 먹고 나가야 되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빨리 먹고 나가야 되고 또 그러다 보면 먹고 나서 길거리에 나와 있어야 하는데, 노숙인 문화센터가 있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들이 거기서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에서 피어나는 기쁨
18년간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지하에서 묵묵히 사역해온 이형춘 목사는 매일 절제된 삶을 기쁨으로 살고 있다.
“저는 편안하고 보기 좋은 시원한 곳이나 커피숍, 그런 데는 거의 안 들어가요. 그런 그 분위기에서 안락한 게 느껴지고 젖어지면 빨리 나와요”
세상의 안락함보다 하나님이 주신 소명의 자리를 택한 이 목사의 삶은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보여주는 증인의 삶을 살고 있다. 지하의 어둡고 습한 공간에서 그는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맛보며, 오늘도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주님의 사랑을 나누고 있다.
